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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Bhutan) 혹은 부탄왕국이라 불리는 나라. 스카이스캐너를 백날 돌려도 검색이 쉽지 않은 미지의 나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한번쯤은 들어본 나라. 저는 이곳을 2018년 12월 14일부터 20일까지 6박 7일의 여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이 글은 부탄 여행 글의 프롤로그예요. 제가 부탄으로 떠나기 전에 들었던 내용과 그곳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파로공항에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부탄왕족 사진과 말갛게 파랗던 하늘이에요. 부탄의 첫인상이었습니다

 


부탄은 여행객들을 반기지 않는다?

 

여행을 앞두고 검색으로 알아본 부탄은, 여행객을 반기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여행세도 비싸고(오지 말라는 거?), 자유여행이 불가능하며(이래도 오려고?), 연간 방문가능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제한되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 여행객을 반기지 않는다는 건 반은 틀린 말이었어요. 관광업은 부탄 제 2의 수입원입니다. 여행객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다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도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데, 시끄럽고 무례해서 거부감이 있다 했어요. 물론 모든 인도인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요. 인도 카스트 제도 영향 때문인 걸로 보이죠? 아무튼 현지인 피셜입니다. 

 



 

관광업을 앞서는 부탄왕국 제 1의 수입원은 바로 전기수출입니다. 부탄 북부를 둘러싼 히말라야 산맥을 이용해 수력발전을 하는데요.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인근 국가에 수출한다고 합니다. 전기를 수출한다는데 정작 부탄 내에선 정전이 잦았습니다. ㅎㅎ 아이러니하죠?

 

부탄 북부의 히말라야 산맥과 2017년 부탄에서 열린 케이팝 콘서트 포스터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상당했습니다. 부탄에 텔레비전이 보급된 게 1999년인데요. 이때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 컨텐츠만 방송하는 채널도 있고, 특히 젊은층의 관심이 높다고 해요. 2017년은 한국과 부탄 수교 30주년이었는데 이 때 우리나라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았고, 또 가수들도 부탄에 방문해 공연을 했다고 하네요.

 

가이드 프루바와 운전기사 취미. 이 둘의 조합이 재밌었어요

부탄 내에서 자유여행이 불가능한 건 맞습니다. 부탄 정부가 승인한 여행사를 통해야만 외국인 관광이 허용되며, 운전기사와 가이드를 무조건 대동해야 해요.

 

연간 상한선을 정해서 외국인 방문을 허용한다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부탄 국영 항공사인 드룩 에어가 소화할 수 있는 여행객 수가 정해져 있을 뿐이라고 하네요.

 


부탄여행은 경비가 많이 든다?

 

부탄여행 경비가 비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음 제 생각은 다릅니다. 1인당 하루 여행세가 200~250달러(여행시기에 따라 다름)인데 이게 단순 세금만이 아니라 호텔 숙박료, 식사료, 가이드, 운전기사 비용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거든요.

 

부탄 여행사로부터 받은 인보이스

항공료는 부탄 현지 여행사에서 대신 발권해줍니다. 저는 네팔 여행을 마치고 부탄으로 갔기 때문에 네팔 카드만두에서 부탄 파로까지 왕복 항공료를 지불했는데요. 1인당 380달러였어요. 비자 발급비용이 40달러였구요. 전체 비용에서 할인을 받아 6박 7일간 1인당 1,400달러(미화기준) 지불했습니다. 부탄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선이라 하는데요, 이에 비하면 매우 큰돈이긴 하죠?

 



 


순수하고 친절했던 부탄 사람들

 

현지에서 제가 직접 보고 경험한 부탄 사람들은 정말 순수했어요. 한국인 정말정말 좋아하구요. 그게 참 고마웠습니다. 왜 외국 나가면 한사람 한사람이 외교관이라 하잖아요. 웬만하면 좋게좋게 넘어가고 저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부탄에선 특히 그랬던 거 같습니다.

 

이 메뉴는 무려 야외 특별식!

6일 내내 큰 변화없이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별말을 안했으니까요. 여행 가서 먹고 싶은 거 달라고 하지 왜 참았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부탄은 전통 상차림에 올라가는 재료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조리법만 바뀌는 정도예요. 낮에는 닭찜과 감자샐러드가, 저녁에는 구운 닭에 찐감자로 바뀌는 그런 방식이에요.

 

음식에 관해선 웃픈 에피소드가 많은데요. 입맛이 까다로운 동행 한 분이 네팔에서 심히 괴로워하다 부탄에서조차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지 못해서 다른 것 좀 먹을 수 없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러자 가이드가 우리나라에는 타국 요리를 할 줄 아는 전문 인력이 없다며 굉장히 미안해했습니다. 

 

이방인으로서 잠시나마 그들의 삶을 체험하며, 특히나 그들의 식문화를 정말 강력하게 경험했는데 다행인 건 맛있었다는 거예요. 치즈에 뭉근하게 삶은 감자와 역시 치즈와 버무린 매운 고추(에마다체)가 가장 생각납니다. 사진 정리하면서 보는데 군침 도네요. ㅎㅎ

 


절제의 미덕, 불교의 나라

 

부탄왕국은 불교의, 불교에 의한 나라였습니다. 절과 사원이 곳곳에 있고 상점에서는 '옴마니 반메흠'이 음악처럼 흘러 나오고, 곳곳에서 '옴마니 반메흠'을 읊는 부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갑자기 내린 많은 눈으로 도로가 통제되어 하루동안 이동이 불가능했어요

그들에게 불교는 종교 그 이상이었습니다. 생각과 생활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어요. 자연보호를 위해 고속도로를 건설하거나 터널을 뚫지 않습니다. 고속도로가 있다면 30분만에 갈만한 거리를,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돌고 돌아 3시간 만에 당도했어요. 이들에겐 일상이었습니다. 누구도 불평하지 않아요. 더 갖길 원하고, 더 가진 자와 나를 비교하고, 더 빠른 걸 원하는, 이들의 기준에선 속세에 찌든 저로서는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도출라 패스에서

아마도 제가 앞으로 보여드릴 부탄의 모습들이 어쩌면 모두 비슷비슷하고 지루할 수 있어요. 부탄을 떠날 때는 아, 드디어 가는구나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부탄에서 만난 분들이 순간순간 떠오릅니다. 어쩌면 가족과 함께 또 찾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이 사람들 전부 연기하는 거 아니야? 의심될 정도로 겸손하고 욕심내지 않는 사람들이거든요. 마음 정화가 필요하시면 부탄 여행 한번 생각해 보세요. ㅎㅎ


 

개인적인 감상인데다, 엄청나게 길지 않은(?) 영어실력이라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눴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왜 이들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제 수준에서 느끼고 본 것들을 나눠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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