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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히말라야를 위해 찾았던 네팔. 카트만두도, 포카라도 제겐 히말라야를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도시였을 뿐 솔직히 기대감이 전혀 없는 곳이었습니다. 카트만두는 인천 직항이 있으니까, 포카라는 히말라야에서 가까운 트레킹의 도시니까 이 정도로요. 

 

오토바이와 사람이 뒤섞인 시장 초입

 

더르바르 광장에 처음 가게 된 건 히말라야 하산 후였어요. 히말라야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본 터라 더 이상은 놀랄 게 없겠거니 했는데, 여기서 그 생각이 깨졌어요. 

 

 

광장 가는 길엔 시장을 지나야 하는데요. 아마 네팔에서 가장 큰 종합시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류, 생활용품, 전자제품, 뷰티용품, 농산물, 공산품 등 거의 모든 제품들이 판매되며 오토바이와 인파가 뒤섞여 혼을 쏙 빼놓습니다. 그 가운데 제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이런 것들이에요. 몇백 년은 됨직한 건물들에 수십 마리의 비둘기가 앉아 있고, 전선이 뒤엉켜 있고, 바로 앞에 좌판이 깔려 있는 모습들이요. 이게 그렇게나 이국적일 수가 없더라구요.

 

 

정신없이 구경하며 걷다보면 어느 순간 높은 사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더르바르 광장 안에 있는 탈레주 사원인데요. 높이 36.6미터로 가장 최근까지도 이 사원보다 건물을 높게 짓는 것을 불길하게 여겼고, 일반인에겐 Dashain 축제 기간에만 개방된다고 합니다. Dashain은 악마를 정복한 신들을 위한 축제로, 힌두교에선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해요. 자세한 정보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Dashain Festival is the most important Hindu festival

Dashain Festival celebrated all over Nepal delightfully honors defeat of the gods over the evil demons and Goddess Durga, symbol of power is worshiped.

www.nepalhikingteam.com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에 들어서다

 

 

탈레주 사원이 있는 곳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더르바르 광장이 시작됩니다. 입장료 있어요. 1,000루피(17,000원 정도)예요. 서남아시아 국가연합은  150루피, 네팔인은 무료라 합니다. 근데 랜덤이에요. 처음 갔을 땐 아무도 없었고 게다가 매표소도 보이지 않아서 그냥 입장하는 줄 알았거든요. 열심히 관람하고 그다음 날 한 번 더 갔었는데, 입구에서 입장료 내라고 제지하더라구요. 그때 알았습니다, 입장료가 있다는 걸요.

 

강진 피해 복구중인 사원들

 

네팔 대부분의 문화 유적지가 카트만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더르바르 광장이 가장 중요한 곳인데요. 이곳은 네팔 왕들이 왕위에 오를 때 대관식이 거행된 곳이기도 하고, 20세기 초까지 왕의 거주지이기도 했습니다. 힌두교 신자와 불교 신자 모두에게 아름다운 사당과 절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은 12세기에서 18세기에 지어졌어요. 아, 근데 그거 아세요? 네팔 룸피니가 불교가 시작된 곳인데, 정작 네팔인 중 불교 신자는 10% 정도 뿐이고 대부분이 힌두교 신자래요.

 

 

아무튼.. 이곳은 2015년 강진 피해로 많은 유적들이 허물어져서 현재 복원 공사가 한창입니다. 자연스레 일행들과 떨어져서 광장을 구경하다 어느 건물 앞에 멈춰 섰는데, 여기서 자신을 가이드라고 소개하는 네팔인을 만났어요. 가이드 등록증까지 보여주며 자기가 제대로 설명해주겠다 하는데 가격이 저렴했습니다(1시간에 1만5천원 정도?). 결과적으론 절 그림 파는 곳에 데려가는 게 목적이었지만, 뭐 어쨌든 1시간 정도 광장 곳곳을 구경하며 설명을 들었거든요. 제가 기억하는 이야기들은 그때 그 네팔 가이드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광장을 나오며 챙긴 브로슈어의 조합이에요. 그래도 넘 괘씸해서 헤어질 때 한마디 했어요. "I hate you!"라고요. 근데 "Even though you don't like me, but I like you."라며 웃더라구요. 😂강매에 성공했거든요. ㅋㅋ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던 곳. 쿠마리 가르(Kumari Ghar)

 

쿠마리 가르, 쿠마리 얼굴은 보기도 힘들지만 사진도 찍으면 안돼요

 

그때 들은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더르바르 광장에서 가장 눈여겨볼 장소는 '쿠마리 가르(Kumari Ghar)'.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라 추앙받는 어린 여자아이가 거처하는 곳입니다. 아까 탈레주 사원 설명해 드렸잖아요? 여기가 탈레주 여신을 모시는 곳인데, 이 탈레주 여신이 네팔 원주민 중 '샤카'라는 성을 가진 여자아이로 환생한다는 신화가 있습니다. 그 '샤카' 성을 가진 2세에서 5세 여자아이 중 하나를 '쿠마리'로 뽑습니다. 쿠마리가 되려면 굉장히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몸에 상처가 없어야 하고, 피를 흘린 적이 없어야 하는 등 32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버팔로와 염소 머리 108개와 함께 캄캄한 방에서 하룻밤을 자야 하는데, 이때 울면 안 된대요. 그래야 비로소 쿠마리가 되고, 가족과 떨어져 쿠마르 가르에서 삽니다. 언제까지요? 초경을 시작하기 전까지 말이죠. 초경 후에는 쿠마리로서 임무를 다했다고 여기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대요.

 

네팔의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 현재 쿠마리 사진

 

쿠마리로 살 동안엔 쿠마리 가르 3층에 있는 창문을 통해 하루 세 번 밖을 바라보며 얼굴을 보여주고, 연간 13번만 외출이 가능합니다. 혹시나 사고로 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안 되기 때문에 걸을 수도 없습니다. 제가 갔을 땐 5시인가.. 그때 쿠마리 얼굴을 볼 수 있다 했는데 기다리지 않고 왔어요. 대신 가이드가 보여주는 사진으로 현재 쿠마리의 얼굴은 익혔습니다. 별로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과거엔 쿠마리로 지내는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었지만, 최근엔 아동학대라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교육은 받는다고 해요. 은퇴후엔 걷는 연습부터 한다고 하며, 여신으로 추앙받다가 평범한 인간으로 살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찌 편한 마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겠어요. 나중에 평범한 여성으로 살면서도 행복하길 바랄 뿐입니다.

 


왕이 소식을 전하던 빅 벨

 

더르바르 광장, 빅벨

 

쿠마르 가르 외에도 제 이목을 끄는 것들이 있었는데 Tago Gan, 일명 빅 벨(Big Bell)이 그중 하나입니다. 빅벨 설명을 듣다가 충격적인 얘길 들었거든요. 2001년에 네팔 왕실 학살 사건이 일어나서 비렌드라 왕과 왕비를 비롯한 왕족 10명이 사망했다는 거였어요. 공식 발표는 다르게 났지만, 네팔인들은 왕의 동생인 갸넨드라가 당시 왕을 죽였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사건 후 왕의 동생인 갸넨드라가 새로운 왕으로 즉위했지만, 왕실 학살 사건에 대한 의심과 공포 정치로 민심을 잃어서 결국 2008년 왕권이 무너지고 공화제를 채택하게 됩니다. 전혀 공부를 하지 않고 가서 들은 이야기라 엄청 충격적이었어요. 어쨌든 이 빅벨은 왕이 국민들에게 뭔가 발표할 게 있을 때 종을 울려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고 하는데요. 그외에도 오전 9시마다 울렸는데, 2015년 강진 이후 건물에 금이 가서 울리지 않는다고 해요. 진동이 영향을 주니까요. 

휴.. 저 빅벨 맞은편 상점 보이시죠? 저기서 그림 강매가 이뤄졌습니다. ㅋㅋ 얼마 안되면 말도 안해요. 한 70달러 준 거 같아요. 미화로요...ㅋㅋ 휴 잘살아라 이름모를 가이드야.

 


과거와 현대의 정의의 신

 

정의의 신 석상
석상 맞은편 경찰 본부

 

더르바르 광장엔 1960년대와 70년대 유럽 히피들이 와서 마리화나를 피운 사원이 있는데, 그 템플을 자기들이 마리화나 템플이라 부른대요. 사진에서 어느 사원이 마리화나 템플인지 몰라 사진은 못 넣었어요.😆 아, 재밌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광장 입구 근처에 보면 'God of Justice(정의의 신)'이 있거든요. 근데 이 석상 앞에 큰 경찰 본부를 건설해 놓은 거예요. 정의의 신 앞에 범죄를 처벌하는 기관을 놓았다는 게 의미가 통해서 재밌더라구요. 저만 그런가요...? ㅎㅎ

 


네팔 강진 이전 다라하라 9층 탑의 과거(왼쪽)와 현재 모습

 

두 시간 좀 안되는 시간 동안 더르바르 광장을 보고나서 도보로 동네 구경을 하며 이동했습니다. 언제 또 여길 오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굉장히 안타까운 걸 목격했어요. 더르바르 광장과 마찬가지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다라하라 탑(Dharahara)을 보게 됐거든요.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 강진으로 무너진 모습으로요. 워낙 복구중인 곳이 많아서 그런 건물 중 하나겠거니 했는데, 사진 정리하면서 찾아보니 아니었습니다. 원래 61미터에 달하는 매우 높은 탑이었더라구요. 자연 앞에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한 거 같습니다. 인간이 창조한 것들도요. 언제 복구가 완료될진 모르겠지만 안타까웠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다시 카트만두를 찾을 땐 완공된 모습으로 보게 되길 바랍니다. 매연도 좀 해결되어 있었으면.. 오토바이 경적 소리도 좀 덜 들리게 됐으면.. 도로도 깨끗하게 포장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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