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하루 종일날이 흐려서 유독 쌀쌀했던 넷째 날. 푸르바는 차에선 패딩을 걸치고 차에서 내릴 때는 패딩을 벗었다. 뭔가 거꾸로 된 것 같지만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항상 전통 복장을 입어야 한단다. 그 영향이 아닐까 싶다. 춥지 않냐고 물으니 타이즈를 신어서 괜찮다며 웃는다. 웃는 푸르바의 입술이 퍼렇게 보이는 기분 탓일 거다.

 

남걀 초르텐 전경

 

날씨 이야기를 하다가 부탄과 한국의 공통점 찾기가 다시 시작됐다. 부탄에서춥다 말할 아추라고 한다. 우리도 추울 아우 추워!’ 하는데 말이다! 일행 분이 예전에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한 소수민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었다며, 왠지 그때 방송에서 부탄 같다며 흥분한다. , 나도 예전에 같은데 정말 부탄인가 싶다. 아추라니!  

 

 

있다. 푸르바와 취미의 나이를 알게 이야기다. 푸르바에게 나이를 묻자부탄 나이로는...”이라며 말을 시작한다. 놀랍게도 부탄 나이가 우리나라 나이 계산법과 같았다. 우리가 ‘한국나이’라고 부르는 계산법이 부탄과 같다니! 이정도면 진짜 비슷한 아닌가? 게다가 아추라니!! ㅋㅋ



남걀 초르텐에서 나와 향한 다음 목적지는 축제가 열리는 현장이었다. 때마침 바로 이날, 12 17일이 부탄의 111번째 내셔널 데이였던 . 국왕은 이번 네셔널 데이에 다른 도시에 방문한다고 했다. 푸나카에서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잘생긴 얼굴도 보고.. 잘생긴 얼굴도 보고.. 흠흠. 

 

축제 현장

 

축제 현장은 드넓은 벌판이었다. 색색깔의 타르초(4 참고) 여기저기 배치해 두었는데, 역시 부탄답다 싶었다. 우리가 찾았을  커다랗게 원형으로 선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발을 구르며 얌전하게 춤을 추고 있었는데 이게 축제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라 했다. 춤은 vip들도 함께 추는 춤으로, 내년에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자는 기원을 담고 있다. 마치 우리의 강강수월래와 매우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 춤이 역동적이고 음악이 더 신난다는 정도다. 

 

축제 한켠에 열린 장

 

축제 한켠에는 작은 장이 열렸다. 주로 주전부리와 스낵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물건들을 구경하고 부탄인들은 그런 우리를 구경했다. 관종인 나로선 즐거운 순간이었다. 그때 취미가 엄청 좋아하는 ‘도마’가 눈에 띄었다. 도마는 민트 잎에 비틀너트를 넣어 씹는 일종의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으로 냄새가 고약하다. 도마를 씹는 사람 옆에 가면 마치 두리안 비슷한 냄새가 난다. 게다가 착색이 되는지 도마를 씹고 나면 치아가 벌겋게 물들어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다. 

 

민트 잎에 비틀너츠를 넣어 씹는 도마

 

우리 셋은 호기심에 도마  봉지를 샀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살짝 씹어보는 걸로 의견을 모았는데, 하필 내가 걸렸다. 이거 정말 씹어봐야 하나? 싶은데 푸르바가 기겁+정색하며 말린다. “사랑, 이거 되게 독해. 입천장 까질 수도 있어! 아무리 조금이라도 추천하고 싶지 않아.” 이때다 싶어 푸르바 말을 듣겠다고 했다. 이미 산 도마는 어쩌지? 차로 돌아간 우리는 취미에게 도마를 내밀었다. 도마 중독자 취미는 받자마자 입에 넣어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정말 걸크러시 제대로야!

 

 

한쪽에선 옷도 판매되고 있었다. 득템할만한 없나 구경하러 갔는데, 깔깔깔. 아주 재미있는 옷이 눈에 들어왔다. 선혜유치원이라 쓰인 아이 점퍼가 있는 아닌가! 폐의류보관함이나 기부 등을 통해 팔리는 옷들이 이런 3세계로도 향하나보다. 하긴 우리나라 옷이 가격에 비해 품질도 좋고 디자인이 좋다고 들었다. 어쨌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글을 읽으니 반가웠다. 귀여운 부탄 아이가 한글이 적힌 점퍼를 입은 모습을 상상하니 빙긋 웃음이 나왔다. 



 


부탄식 특별 점심

 

축제 구경을 마친 우리의 다음 일정은 점심식사. 푸르바가 오늘 점심은 ‘베리 스페셜’하다고 몇 번을 얘기한 덕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대체 어딜 가서 뭘 먹기에 그러는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의외의 장소를 향해 방향을 꺾는다. 아무리 봐도 건물 같은 건 보이지 않는 숲길 같은 곳이다. 좀 더 들어가자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보인다. 키라를 입은 한 여인이 식탁보 곱게 깔린 식탁 옆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오늘 점심은 야외식이다, 그것도 어머니강 옆에서 먹는 야외식! 푸르바가 ‘베리 스페셜’을 외친 이유가 이거였구나.

 

 

차에서 내려 테이블까지 가는데 이 낯설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웃음이 빵 터졌다. 뭐라 표현해야 할까, 나름 소박하고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바리바리 싸온 우리 점심거리들이 귀엽게 보인다. 우리는 이 특별하고 소박한 장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푸르바, 취미와 함께 식사를 했다. 

 

야외 테이블이 차려진 강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 뭐 이건 누구도 어쩔 수 없는 거라 불평사항은 아니다. 다만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배경음 삼아 점심을 했다면 더 인상 깊었겠다 싶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