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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에 약간은 알딸딸한 상태로 남근상 가득한 동네를 떠나 도착한 곳은 푸나카 (Punakha Dzong). 2편에 이야기했듯 종은 일종의 사원이자 요새로 종교, 행정 중심지이다.

 

영상에 보이는 강이 female river, 어머니 강이다

 

이곳 푸나카 종은 아버지 강과 어머니 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푸르바는 우리에게 ‘male river, female river’ 설명해주었는데, 물살이 거친 곳이 아버지 강이고 그에 비해 잔잔하고 조용 강이 어머니 강이란다. 내가 강이 만나는 지점을 가리키며저기서부턴 베이비 리버네?” 했더니 터진다. 푸르바를 웃겨서 뿌듯했다.😁우리가 찾았을 땐 비가 며칠째 내리지 않아 수량이 많지 않았다. 

 

푸나카 종을 잇는 다리

 

강 한가운데 있는 푸나카 종에 가려면 섬처럼 다리를 건너야 했다. 2008 5월에 독일 대사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다리는 55미터 길이에 500명이 한꺼번에 걸을 있단다. 마침 다리를 건너는 스님을 만나 스님과 일행의 사진도 함께 찍었다. 부탄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가 알려지는 것을 반기기 때문에 사진 찍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푸나카에서 왕이 머무는 궁

 

다리를 건너 푸나카 종에 들어온 우리는 입구쪽에 있는 건물에 올라 너머를 바라보게 됐다. 푸르바는 그곳이 왕이 푸나카에서 머무는 궁이라 했다. 온통 나무로 둘러싸여 내부가 보이진 않았지만, 길게 연결된 외벽이 이곳이 특별한 곳임을 짐작케 했다.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 푸나카 종

 

이제 부탄 3 차인 만큼 종이나 라캉이, 그러니까 사원과 절이 이상 크게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렇지만 건물마다 각기 다른 벽화가 그려져 있어서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곳은 입구에 있는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코끼리 등에 원숭이가, 원숭이 머리에 토끼가, 토끼 머리 위에 새가 있는 그림이었다. 이게 무슨 의미냐 물어보니 푸르바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푸르바가 해준 이야기와 검색한 이야기를 함께 정리하면 이렇다.  

 

부탄 전래동화, 조화로운 네 친구

 

옛날 인도 바라나시 숲에 코끼리, 원숭이, 토끼, 새 이렇게 네 친구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나무 한 그루를 두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논쟁을 벌였다. 코끼리는 "이 나무는 내가 처음 발견했다"고, 원숭이는 "그 나무 열매를 먹고 자란 게 나"라고, 토끼는 "너희 둘보다 내가 앞서서 어린 나무의 잎을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때 새가 나타나서 "씨앗을 물고 와서 심은 게 나야"라고 말했고 코끼리, 원숭이, 토끼 셋은 새의 말에 동의, 새를 가장 큰형님으로 모셨다. 시간이 흘러 크게 자란 나무가 붉은 사과 열매를 맺었지만, 높이가 너무 높아서 모두 따 먹을 수가 없었다. 동물 네 친구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았다. 코끼리 등에 원숭이가, 원숭이 머리에 토끼가, 토끼 등 위에 새가 올라타 사과 열매를 따게 된 것. 이렇게 네 친구들이 사이좋게 열매를 나눠 먹었다는 부탄의 훈훈한 전래동화다. 신기하게도 이 이야기를 듣기 전엔 부탄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던 것 같은 네 친구 모형물과 그림이, 이후론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나보다.

 



 

어머니 강과 푸나카 종. 좌측 끝에 다리가 보인다

 

아름다운 푸나카 종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3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이건 비공식 일정이 시작됐다는 것을 뜻한다. 시내를 구경하고 맥주를 마시는 것. 이날 커브길을 오래 달려 유독 피곤했지만, 우린 숙소로 가는 길에 마주친 작은 시장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호텔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시장골목

 

취미에게 잠시 차를 멈춰달라 하고 바로 피로회복제를 사러 들어갔다. 맥주를 샀다는 뜻이다.😂와이파이가 느린 부탄의 밤은 길다. 호텔에 들어가 각자 방에서 씻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식당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방 하나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게 우리의 비공식 일과였다. 그나마 데이터 빵빵한 유심칩을 산 나는, 방에 돌아오고 나면 넷플릭스도 마음껏 보고 전자책도 간간히 읽었지만 함께한 일행 두 분은 어찌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수다를 떨고 넷플릭스를 봐도 밤이 길었다. 유난히 길었다. 

 

부탄 푸나카 호텔, 호텔 바라

 

우리가 푸나카에 짐을 푼 숙소는 Hotel Vara였는데, 부탄에서 가장 특별한 밤을 보낸 장소이기도 하다. 역시나 각방을 사용하기로 우리 셋은 각자 배정된 방에 짐을 풀었다. 호텔 시설도 깔끔하고 침구 또한 훌륭했고, 무엇보다 뜨거운 물이 나왔다. 바라호텔에 짐을 푼 이날이 네팔-부탄 여행을 시작한 17일째 되는 날이었는데, 그때까지의 호텔 가장 만족스런 컨디션이었다.

 

 

저녁식사에서 먹은 짭조름하게 간이 닭다리까지 완벽했으며 마치 해삼과 비슷하게 생긴, 그러나 끝내 뭔지 알지 못한, 이름모를 특별한 식재료로 조리된 음식이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그렇게 부탄에서의 셋째날이자 푸나카에서의 첫날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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