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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머리에 소 몸통이 더해지면?

 

창강카 라캉을 둘러보고 또 차로 10여분 달린다. 이제 짧게 이동하고 낯선 어딘가에 내려지는 데 제법 익숙해졌다. 이번 목적지는 타킨 보호구역이다. 처음 생길 땐 동물원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말 그대로 보호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도 동물원의 존폐를 두고 논쟁하는데, 불교의 나라에서 동물원이라니. 애초부터 맞지 않는 옷이었다.

 

타킨은 이렇게 생겼어요

 

입구에 들어서서 보이는 타킨 모형물이 이곳이 타킨 보호구역임을 알려준다. 타킨은 염소 머리에 소 몸을 가진 동물로, 부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동물이다. 언뜻 생각하면 우스꽝스러울 듯하지만 덩치가 커서 그런지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타킨 보호구역은 확실히 동물원 모양새는 아니었다. 울타리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어서, 그냥 드넓은 대지에 울타리만 세워둔 듯했다. 사람 보행길도 좁다. 이쯤되면 우리가 타킨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타킨이 우리를 구경하는 게 맞지 싶다.😁

 

타킨 보호구역

 

 

 

여기선 타킨 외에 사슴도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쪽 다리 없이 절뚝거리는 사슴이 보였다. 푸르바는 저 사슴은 야생에 두면 얼마 못가 죽을 게 뻔하기 때문에 보호한다고 했다. 간혹 타킨들이 깊숙히 들어가 못 보는 경우도 있다는데, 우린 운좋게도 타킨 여러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염소 머리에 소 몸을 갖고 있는 것치곤 생각보다 잘생겼다. 😆이곳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길 바란다.

 

나름 가까이서 찍은 타킨


부탄 전통식 가옥

 

 

귀신같이 밥시간이 됐다. 오늘 점심은 좀 특별한 곳에서 먹을 거란다. 민속박물관에서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밥부터 먹고 박물관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메뉴는 부탄 전통식이다.

 

부탄 민속박물관 특별식

 

특이하게 돼지간과 절인 정어리 같은 생선이 함께 나왔는데, 우린 예의상 한 조각씩 먹었다. 😢내 입엔 항상 나오는 뭉근하게 끓인 치즈감자와 치즈에 버무린 고추(에마다체)가 착 달라붙었다. 그런데 이날은 의외의 메뉴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바로 사진 하단에 있는 볶은 쌀이다. 우리 셋은 밥 먹기 전부터 밥 먹고 나서까지 연신 볶은 쌀을 입에 넣고 씹어댔다.

 

태양광 가로등 여러 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우리 한전에서 설치한 태양광식 가로등이 눈에 띈다. 가로등을 2016년 8월에 기증했다고 적혀 있었다. 불과 약 60년 전만 해도 최빈국이었던 우리가 이젠 다른 나라를 돕는다니, 우리나라 정말 대단한 나라다. 비록 작은 사업이긴 하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보니까 더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부탄 전통 3층집

 

민속박물관에서 우리가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전통집이다. 부탄의 전통집은 3층 구조다. 1층은 들짐승들의 침입을 피해 축사로 사용하고 있고, 내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곡식 등의 저장 창고와 부엌이 나타난다. 3층에는 부처님을 모시는 작은 사당과 방, 그리고 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은 크게 구멍이 뚫려 있는 푸세식 구조다. 재미있는 건 3층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면 그.. 그것들이 기다란 관을 타고 1층까지 떨어지게 만들었다는 거. 사진에 빨간 화살표로 나타낸 관이 바로 그..관이다. 😁푸르바는 볼일을 보고 싶으면 마음껏 보라며 농담을 했다. 독특한 3층집의 내부는 역시나 촬영불가다. 

 

부탄 전통술 '아라'를 제조중이다

 

구수한 냄새가 나는 1층 한쪽에선 아궁이에 불을 때어 부탄 전통술과 볶은 쌀을 만들고 있다. 부탄 전통술을 '아라(Ara)'라고 부르는데 맛은 정종과 비슷하다.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부탄. 아라 역시 코카콜라 페트병에 담겨 판매되고 있었다.

 

아라와 조. 전통술과 볶은 쌀

 

점심에 계속 씹어댔던 볶은 쌀을 샀다. 작은 봉지에 든 게 50뉼트럼(850원). 저 작은 봉지 하나로 며칠을 먹었다. 


춤추며 노래하는 궁수들

 

부탄 양궁 경기장

 

다음 일정은 양궁 구경이다. 뜬금없이 웬 양궁인가 싶은데, 양궁이 부탄의 국가 스포츠라 한다. 팀푸 시내 한가운데에 양궁장이 있다. 첫날 점심을 먹고 나와 본 농구코트 뒤로 보이던 곳이 바로 그곳이 양궁장이었을 줄이야. 경기장에 들어서니 두 팀이 경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나, 과녁이 너무 멀다. 100미터는 족히 넘는 듯한 데다가 과녁 크기도 작다. 게다가 바람이 엄청 불어선지 과녁에 맞추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온 김에 명중시키는 건 봐야지 하는 순간, 

 

부탄에서 본 양궁 경기. 축하 세레모니 중

 

명중이다! 아 근데 ㅋㅋ 그 이후 세레모니가 너무 귀엽다. 고를 입고 근엄 진지한 얼굴을 한 사내들이 일정하게 발을 구르며 노래를 시작하는 게 아닌가! 춤인지 발구르기인지 모를 동작을 한번 더 보려나 했는데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바람이 세서 과녁 맞추기가 쉽지 않은 날이었다.

 

 


부탄의 강남역 6번 출구

 

부탄 팀푸 시내 시계탑

 

의외의 장소에서 한바탕 웃고 난 후 향한 곳은 팀푸 시내다. "푸르바, 우리 이제 뭐해요?" "이제부터 시내 구경할 거예요." 푸르바가 가리킨 장소는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다. 어젯밤 나들이에 휩쓸고 지나갔던 곳.😆워낙 아담한 동네라 호텔과 가까운 쪽은 이미 다 봤다고 말했더니 푸르바가 당황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원래 스케줄보다 빠르게 일정을 소화했는데, 마지막 일정의 반 이상을 이미 안다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우린 괜찮다고 안심시키며 아직 안 가본 곳을 함께 가자고 이야기했다. 사진에 시계탑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강남역 6번 출구' 같은 곳이다. 만남의 장소이자 젊은이들이 모여 노래하고 춤추는 장소란다. 뿐만 아니었다. 늘어질대로 늘어진 들개들의 최고의 일광욕 장소이기도 했다. 

 

너무 귀여워서 입양해오고 싶었던 부탄의 들개들. 가까이 다가가도 경계심이 전혀 없이 태평하다

 

4시에 끝나야 하는 일정이 2시 반에 끝나버렸다. 우린 호텔에 가서 쉴테니 걱정말라며 푸르바와 취미를 퇴근시켰다. 푸르바는 계속 이래도 되나 걱정하는 눈치더니 친구를 만나야겠다며 웃었다. 


싸도 너무 싼 거 아니야? 부탄 물가

 

호텔 카페 내부

 

커피쟁이 셋이 모였는데, 벌써 며칠째 커피다운 커피를 못 마셨다. 만장일치로 카페에 가기로 결정했지만, 당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푸르바한테 물어볼걸. 호텔에 가서 물어볼 요량으로 호텔로 향하는 길에 드디어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서 판매하던 디저트류들

 

부탄은 레스토랑이고 호텔이고 할 거 없이 매장에 음악을 틀지 않는다. 아니, 음악이 나오는 곳을 가면 죄다 '옴마니 파르메 훔'이다. 네팔에서부터 주구장창 들었던 터라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그래서 적막이 흐르는 이 카페가 외려 반가웠다. 😆카페에 들어간 우리는 각자 커피와 디저트를 고르기 시작한다. 나 빼곤 달다구리랑 친하지 않은 분들이지만, 여기선 일단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기로 합의를 봤다. 

 

 

부탄 물가 생생체험. 커피 세 잔과 디저트 세 개 값은?

 

커피 세 잔에 디저트 세 개를 합쳐 510뉼트럼(9,000원 정도)이다. 강남에선 디저트 하나 가격이 이 가격인데 말이다. 여기선 돈 쓰기가 정말 어렵다.그나저나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호텔 저녁식사 시간이 6시 반부터인데 3시 50분밖에 되지 않았다. 부탄에선 정말 시간이 안간다. 정말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시간이 안간다. 게다가 우린 부탄에 오기 전 네팔에서 2주 동안이나 붙어 있었다. 그말인즉슨 더 이상 새롭게 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거!


부탄에서도 술, 담배 가능

 

이럴 때 필요한 건? 

 

 

술이다. 😆캬, 오후 4시부터 마시는 술이라니! 그것도 부탄에서! 간혹 부탄에서 술담배를 금지한다고 아는 분도 계신데 그렇지 않다. 금지라기보단 건강을 위해 하지 않는 게 좋다고 권고할 뿐. 

 

 

카페 바로 옆에 있는 이 술집은 안주가 맛있었다. 닭안심과 감자튀김이 맥주를 술술 불렀다. 덕분에 우리 테이블엔 갖가지 종류의 맥주병이 쌓여갔고, 늘어난 맥주병만큼 다양한 주제로 토론도 하고 가끔은 논쟁도 했다. 술이 들어가야 말이 많아지는 건 부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그렇게 한창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새로 들어온 손님들이 원래 있던 테이블에서 바탑으로 자리를 옮긴다. 뭔갈 만지작만지작 거리더니 세상에나.. 노래를 시작한다. 와 여기 핫플레이스구나!!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주점이었던 것. 우리를 힐끗힐끗 의식하며 속삭이듯 노래를 시작하더니 이내 목청껏 부른다. 술도 들어갔겠다, 조용한 줄만 알았던 부탄에서 노래부르는 광경도 보겠다,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삑사리 나는 마이크 소리만 좀 견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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