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여행기 1ㅣ부탄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여행가는 러브예요. 오늘은 부탄여행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여행기에 가까워서 평서체로 쓰겠습니다. 부탄 여행일: 2018년 12월 14일~12월 20일 (6박 7일) 카트만두에서 부탄행 비행기에 오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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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여행기간: 2018년 12월 14일~12월 20일 (6박 7일)
부탄의 불교를 접하다
차에 올라탄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바로 이동을 시작한다. 가이드 푸르바는 부탄 첫 방문인지,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묻는다. 30대부터 50대까지 섞인 우리는 그냥 친구라고 했다. 의아한 눈치였지만 더 묻진 않는다. 푸르바 특유의 '에~'하는 추임새로만 표현했을 뿐. 우린 히말라야에서 함께 개고생하고 왔고, 부탄 공기가 정말 맑아서 놀랐다고 했다.
어딘가를 향하는 내내 보이는 광경이 익숙하다. 파란 하늘 아래 추수가 끝난 논이 펼쳐져 있고, 얕은 언덕과 맑은 개울물이 흐른다. 네팔의 경적소리, 매연, 흙먼지 자욱한 길을 걷다가 소박한 조선시대 민화 속에 갑자기 들어온 느낌. 몇 시간만에 완전히 바뀐 환경에 웃음이 배시시 나왔다. 이게 여행의 묘미인가 싶다. 공항이 있는 파로에서 20여 분 달렸을 무렵, 푸르바가 첫 번째 목적지에 왔다며 내릴 준비를 하란다. 벌써? 원래 패키지 여행은 이렇게 일정이 바로 시작되는 건가?
우리의 첫 목적지는 Tachog Lhakhang이었다. 타곡 라캉. 라캉은 우리나라 절 개념으로 불교신자들이 찾아 기도를 드리는 곳이다.
이쯤에서 밝혀둘 것이 있다. 나는 부탄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여행가기 어려운 나라' 정도만 알고 갔다. 사진으로, 짧은 글로 기록을 해두긴 했지만, 글로 제대로 옮기는 지금에서야 검색해보고 제대로 이해한 것들이 많다. 여행 후 다시 여행을 하는 셈이다. 그 말인즉슨, 여행하면서 모든 걸 알아듣지 못하고 흘려보낸 게 많다는 것. 가이드가 이야기한 것들 중 반이나 흡수했으려나? 부탄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불교를 알아야했는데, 불교에 대해선 '카르마, 윤회, 생명존중' 정도밖에 모르는 내가 깊은 뜻을 이해했을리는 만무하다. 그게 아쉽다.
타곡 라캉으로 가는 길엔 물이 흐르고 있어 철교를 건너야 했다. 우리가 건넌 철교 옆으로 낡은 철교가 하나 더 있었다. 이 낡은 철교가 부탄에서 가장 오래된 철교로, 무려 900여 년이나 됐다고 한다. 오래된 철교 초입에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 것 같은데, 우린 찍지 않았다.
내부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는데, 세 분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오는 길에 뭔가 버섯모양을 한 장난감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이게 뭔지 물으니, 푸르바는 '차차'라고 했다.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을 때 쾌유를 바라는 의미로, 혹은 건강을 염원하는 의미로 라캉이나 종에 놓아둔다고 했다. -종(Dzong)은 일종의 사원이자 요새로, 종교, 행정 중심지이다.-
부탄의 첫 일정으로 부탄의 불교를 접한 뒤 우리는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일정이 식사란 말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역시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팀푸(Thimphu), 부탄의 수도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우린 공항이 있는 인천에서 수도인 서울로 이동한 셈이다. 미리 예약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관광객 코스인 듯 타 테이블엔 서양인 가족이 있었다. 우리 출발이 늦어 그렇지 좀 더 일찍 왔으면 꽤 많은 사람들과 식사를 했겠다 싶다.
식당 내부는 마치 우리 옛날 다방처럼 꾸며져 있다. 식사에 앞서 연한 커피가 한잔씩 제공되었다. 각설탕이 귀엽다.
푸르바와 취미(가이드와 운전기사)는 안쪽 다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우린 우리끼리 첫 대접을 받았다. 처음 접한 부탄 전통음식은 내 입맛에 맞았다. 간이 거의 안된 병아리콩 수프, 역시나 삼삼한 메밀국수, 채소볶음, 닭볶음, 치즈맛이 나는 감자, 치즈와 고추를 함께 넣은 음식, 마치 팥을 넣은 듯한 푸슬푸슬한 밥까지. 조금씩 여러 번 나누어 먹었는데, 일정이 늦어질 것 같아 솔직히 더 먹고 싶은 걸 참았다. 😂 매일 이렇게 먹고 군것질 안하면 살 빠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 완전 건강식이잖아!
네팔 음식에 적응 못했던 일행도 매운 고추를 먹고 살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다행스럽다. 나 역시 타곡 라캉에서 들은 여러 정보들이 고추 덕분에 샥 소화되는 듯했다(물론 아니었지만). 건고추를 물에 불려 치즈와 이렇게 저렇게 버무린 듯한 맛인데 익숙하면서도 처음 먹는 이 맛이 정말 좋았다. 게다가 고추가 제법 매워 알싸했다. 역시 한국사람은 매운 걸 먹어야 하나보다. 부탄이 맘에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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