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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탄 여행일: 2018년 12월 14일~12월 20일 (6박 7일)

 

 

카트만두에서 부탄행 비행기에 오르다

 

 

아침 9시 30분 비행기다. 전날 네팔 카트만두 공항 근처에 숙박을 정한 덕에 여유롭게 나와 익숙한 매연을 맡으며 걸어서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시간은 8시 15분 무렵. 한적한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했으려나 싶은데, 수속을 도와주던 카운터 직원이 말한다.

"You guys are the last one!" 

 

네팔 트리부반 공항 드룩에어 카운터

 

아직 출발이 한 시간도 더 남았는데? 뭔 말인가 싶어 재차 확인하니 라스트 원이라며 얼른 올라가란다. 마음이 급해진 우리. 바쁜 걸음으로 게이트에 도착하자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게이트 앞 대기석

 

정말 우리 빼고 모든 승객들이 와서 대기하고 있던 것! 아니 어떻게들 알고 이렇게 일찍 와 있는 거지? 게이트 앞을 지키고 있던 직원들이 우리표를 확인하자마자 최종 탑승 승객 명단이 프린트 되는 소리가 들린다. 왠지 뭔가 잘못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5분쯤 지났을까,

 

부탄 국기로 도색된 드룩에어 기체

 

나는 부탄으로 가는 드룩 에어 KB401편 기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출발시간이 아직 40분이나 남았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나 싶은데, 곧 이륙한다는 기내 음성이 흘러 나온다. 9시 30분 이륙 예정인 드룩 에어는 9시 4분에 이륙했다. 아 이게 가능하구나... 그제야 잠시 갖고 있던 의문이 풀렸다. 이런 경험을 한번이라도 하면 눈치 보여서라도 무조건 공항에 빨리 가게 되겠어.

 



 

카트만두에서 이륙, 드디어 부탄을 향하다

 

부탄에는 공영 항공사 한 군데 뿐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 드룩 에어와 부탄 에어라인 두 군데인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드룩 에어=부탄 에어라인이었다.😆아무튼.. 창가자리에 앉은 덕에 이륙 영상을 찍고 깜빡 잠이 들었는데, 옆자리 할아버지가 날 툭툭 치신다.

 

부탄 항공, 드룩에어 간편 기내식

 

까만옷의 이방인이 혹여나 기내식을 못 먹을까 깨워주신 것. 미소로 감사인사를 드리고 샌드위치와 땅콩, 디저트, 부탄에서 만든 망고쥬스를 먹었다. 단거리 비행에 꽤나 괜찮은 요깃거리다. 배를 채우고 나니 그제야 승무원이 입고 있는 부탄 전통 복식이 눈에 담긴다.  

내가 앉은 자리는 우측 창가여서 아쉽게도 좌측으로 펼쳐진 히말라야 산맥이 보이질 않았다. 좌측 창가에 앉은 승객들은 비행기 창문 너머로 거인처럼 솟은 히말라야 산맥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서 아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정시보다 빠르게 출발한 비행기가 착륙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비행시간이 두 시간이라 알고 있었는데, 한 시간 반도 채 안 된 시간이었다. 뭐야 비행시간도 단축이 가능한 거야?

 

부탄 파로공항 착륙 중

 

30분 가까이 빠른 출발에 30분 가까이 단축된 비행시간으로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더 빨리 파로공항에 내리게 됐다.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 많은 옆자리 할아버지도 박수를 치고 계신다.😆부탄에 온 걸 환영한다는 박수소리 같다고 나 혼자 생각했다.

 

부탄 파로공항에 도착했다

 

네팔의 오토바이 매연에 시달리다 맑은 공기를 마시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속이 뚫리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모두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파로 국제공항 도착터미널 인증샷

 

이윽고 저마다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나도 마찬가지. 비행기 배경으로 찍고 맑은 하늘도 찍고 파로 공항에 걸린 부탄왕족 사진도 찍고... 오기 어려운 만큼 카메라에 담는 사진이 늘어갔다. 사진을 찍으니 사람들 차림새가 눈에 들어왔다. 아, 전통복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부탄 사람들이구나. 내가 봐도 누가 내국인이고 누가 외국인인지 한눈에 알아볼만 했다.

 

깨끗하고 아담한 부탄 파로공항

 

공항 내부로 들어서서 입국심사를 받았다. 아무리 외국인이 많지 않은 곳이라 해도 그렇지, 부탄은 입국심사하는 공항 직원들이 웃으며 반긴다. 과장 조금 보태 놀이공원 직원들 같다. 보통 입국심사장은 여권과 얼굴을 대조하고 왜 왔느냐 묻느라 고압적인 분위기인데, 여긴 정반대다. 두 직원이 내가 한국인인 걸 확인하더니 '응답하라 1988'을 봤다며 알은체를 한다. 긴장이 풀리며 나도 몇 가지를 물었다. 

 "How to say 'hello' in Butanese?"  "쿠쥬산폴라. What is 쿠주산폴라 in Korean?"  "You can say, 안녕하세요."  "안연하세여."   "Yes, right. Good!"           

그렇게 인상 깊은 입국심사를 받았다. 정말정말 좋아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두 직원은 심사를 마치며 내게 즐거운 여행을 하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여행 때마다 한류의 긍정적인 영향이 피부로 확 느껴지지만, 부탄에서의 환대는 특히나 크게 다가왔다. 

 

공항 밖은 손님을 찾으려는 에이전시 직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내 수하물을 하나 찾고 일행들과 함께 공항 밖으로 나왔다. 예약 손님들을 픽업하려는 에이전시 직원들이 저마다 예약자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다. 도착시간이 앞당겨진 걸 어찌 알았는지 다들 짝을 찾아 하나 둘 떠나갔고, 우리 여행사 팀만 보이질 않았다.

 

우리가 타고 온 KB401편. 10시 50분 도착예정인 비행기가 10시 1분에 도착했다

 

그렇게 20여분 지났을까, 우리랑 반대로 늦게 나오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여행사 직원이 우릴 보며 어느 에이전시냐 물었다. 일행이 예약한 종이를 펼치려는 순간 저 앞에서 익숙한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든 앳된 얼굴의 남자가 우리를 향해 뛰어왔다. 

 

부탄식 환영인사를 받고

 

일찍 도착한 걸 좀 늦게 알게 된 바람에 출발이 늦었다며 연신 미안해한다. 우린 괜찮다고 나와줘서 고맙다고(!) 농담으로 맞받아쳤지만 긴장해서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남자는 자기 이름이 '푸르바'라며 가이드라고 소개했다. 그 옆에 여성 한 분이 있었는데 이분이 우리 운전을 맡아줄 '취미'라고 함께 소개시켜 주었다. 우리 차는 스타렉스 같은 대형 승합차였다. 푸르바는 우리를 차에 태우기 전에 하얀 천을 꺼내 각자의 목에 둘러주며 부탄식 환영인사라 했다. 

드디어 우리의 부탄여행 첫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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