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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둘째 날 일정을 시작하다

 

 

오후 내내 약간 쌀쌀한 듯 따뜻하던 부탄은 밤이 되자 공기가 차가워졌다. 침대 옆 라디에이터가 있어 다행이었다. 덕분에 이불을 차낼 정도로 밤새 따뜻했으니 말이다. 공식 일정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8시에 모여 아랫층으로 내려가 서양식 아침식사를 했다. 그렇게 부탄에서의 둘째 날을 맞이했다.

 

부탄 호텔 조식. 서양식이다


부탄 국립 기념탑

 

둘째 날 일정은 국립 기념탑(National Memorial Chorten)에서 시작됐다. 초르텐은 다른 말로 스투파(stupa)라고도 하는 불탑이다. 이 불탑엔 부처님이나 고승의 사리나 보물을 보관한다. 이 국립 기념탑은 부탄의 3번째 왕인 길포 지그메 도르지 왕척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고, 사람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지 않다. 참고로 현재 왕은 5대 왕, 그러니까 5대 왕의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탑이다. 

 

부탄 팀푸 시내에 있는 국립 기념탑

 

팀부 시내 한가운데 있는 초르텐에는 많은 부탄인들이 모여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한쪽엔 대형 마니차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옴마니 파르메 훔'을 외우는 사람들이, 초르텐 주변으로는 초르텐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탑돌이 행렬들이 있었다. 시계방향으로 세 번을 돌며 기도를 드리는데, 푸르바의 권유에 따라 나도 탑돌이를 하며 소원을 빌었다. 내부에선 3대 왕의 공적들을 들었다. 이제 이틀 됐다고 푸르바의 설명도 뭔가 귀에 익는 느낌이다. 

 

대형 마니차를 돌며 옴마니 파르메 훔을 외우는 부탄인들




부탄의 빅 부다

 

초르텐을 나선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다. 첫날 파로에서 팀푸를 향할 때부터 눈에 띄었던 빅 부다상을 보러 가는 길이다. 가는 길은 우리나라 남산에 올라가는 것처럼 구불구불 오르는 언덕길이다. 차로 편하게 오르는데, 길 한켠에 생수통 한두 개가 눈에 띄었다. 첨엔 그냥 놓인 줄 알았건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하나씩 계속 눈에 보였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놓여 있던 생수통들

 

"푸르바, 저 물통은 왜 저렇게 놓여 있는 거예요?" "아, 빅 부다상까지 속죄하면서 삼보일배 하는 사람들을 위해 놓아둔 거예요." "삼보일배? 어? 그거 뭔지 알아요!" 아니나 다를까, 정말 삼보일배를 하며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삼보일배를 하며 오르는 사람. 그의 마음이 편안해지길 바란다

 

그냥 걸어 올라가도 한참 걸릴 길을 절을 하며 오르다니. 얼마나 큰일을 저질렀기에 저럴까? 푸르바는 뭔가 큰 죄를 지은 경우에 하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신기하다. 신기하고 대단해 보인다.

 

부탄의 빅 부다. 부다 도르덴마 불상

 

우리는 빅 부다상 앞에 도착했다. 빅 부다의 정식 명칭은 부다 도르덴마 불상(Buddha Dordenma Statue). 51.5미터의 거대한 청동 불상으로, 겉은 진짜 금으로 도금을 했다. 홍콩 란타우 섬에도 빅 부다(34m)가 있는데, 그게 더 큰 줄 알았건만 이게 더 크다. 그런 줄도 모르고 홍콩에서 더 큰 걸 봤다고 푸르바에게 말해 버렸다 아이고 미안해라..😂 

 

부처님 앞에 놓인 썬더볼트

 

아.. 부처님이 손을 놓은 자세와 왼손에 들고 있는 밥그릇,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썬더볼트(Thunderbolt) 이 셋 모두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지금 기억나는 건 썬더볼트 하나다. 번뇌를 물리친다는 뜻. 아, 설명을 들을 때 어디 적어놓기라도 할걸. 정리하려고 보니 이 나간 그릇 마냥 완벽한 게 없다. 아이고 푸르바 미안해요. 😂 

 



 

부탄 빅 부다, 평온하고 인자해 보이는 얼굴. 장난스럽게 찍은 사진도 용서해주시겠지?

 

부다 도르덴마 불상은 2006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2015년에 완공된 신식 불상으로 내부엔 125,000개의 작은 부처상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장관이었지만 당연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여기선 불전함에 돈을 좀 넣고 기도를 드렸다. 그냥 자연스레 기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대신 나 말고 지구를 위한 기도를 했다. 나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기복신앙보다 사람들을 위해, 더 큰 세상을 위해 기도한다는 푸르바의 이야기에 감동받았다. 


이름 지어주는 라캉, 창강카 라캉

 

부탄 창강카 라캉(Changangkha Lhakhang). 팀푸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이곳에서 이름을 받는다

 

빅 부다상을 뒤로 하고 향한 곳은 창강카 라캉(Changangkha Lhakhang)이다. 라캉은 절(2편 참고)인데, 특히 이 창강카 랑캉은 팀푸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받기 위해 찾는 절이라 한다. 팀푸에 집이 있는 우리 가이드 푸르바도 여기서 이름을 받았다고 했다. 

 

 타르초(Tharchog) 아래 자리잡고 햇살을 받고 있던 부탄 들개. 타르초는 하늘, 땅, 불, 구름, 바다 5개 원소를 나타내는 깃발이다

 

푸르바 이름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푸르바 가족 이야기로 넘어간다. 푸르바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딸 하나 아들 둘 집의 막내다. 누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고, 형은 스님이란다. 스님이란 말에 좀 놀랐는데, 부탄에선 가족 중 하나가 스님이 되는 게 자랑스러운 일이라 한다. 푸르바도 형을 자랑스러워했다. 

 

시계방향으로 마니차를 돌리는 엄마와 어린 딸. 부탄에선 어려서부터 불교 문화에 익숙해진다

 

이름을 받는 곳이라 그런가, 유독 아이와 함께 온 사람들이 눈에 띈다. 원래 아이들이 많은데 이름을 받는 곳이라 해서 더 눈에 띈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들은 마니차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고 아이를 업고 온 앳된 얼굴의 엄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차

 

첫날 타곡 라캉에서 본 차차(Chacha)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는데, 이때였던 거 같다. 나도 차차를 구해서 건강을 빌며 어딘가에 놓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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