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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나카 호텔 조식, 셋이 먹기엔 엄청난 양이다

 

넷째 날 아침이 밝았다. 호텔 식당에 앉으니 잠시 조식이 서빙되기 시작한다. 식빵, 버터, 쨈은 물론 버섯에 소시지에 계란에 카레까지! 정말 엄청난 양이다. 뷔페식이었으면 먹고 싶은 만큼만 먹을텐데, 다 못 먹고 남길 수밖에 없었다. 내 머릿속엔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떡볶이처럼 온통 맵고 빨간 음식뿐. 😂그래서 부탄의 고추요리인 에마다체가 특히나 입맛에 맞았을 테다.

 

푸나카 호텔 바라(Hotel Vara)

 

아담하고 아름다운 호텔 바라를 나서 푸나카 둘째 날의 일정이 시작됐다. 첫 목적지는 캄숨 율리 남걀 초르텐(Khamsum Yulley Namgyal Chorten, 줄여서 남걀 초르텐). 현재 왕(5대 왕)의 안녕을 위해 그의 어머니인 4대 왕 왕비가 지은 사원이란다. 남걀 초르텐은 가까운 듯 멀리 있어서 아침부터 약 30분가량을 걸어야 했다. 

 

평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오르던 중, 나는 들개 한 마리를 만났다. 나는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집에서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여행지에서 개나 고양이를 보면 집에 두고 온 내 새끼들이 그렇게 생각날 수가 없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면서 배운 네팔어도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저는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였으니 말 다했다.

 



 

길을 안내해주던 들개

 

어쨌든, 이 들개는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걷고 있는 나를 은근 신경쓰는 듯했다. 천천히 걷는 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하며 내가 좀 뒤쳐진다 싶으면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뭐야, 지금 날 챙기는 거야? 세상에나 😂너무나 스윗하다. 들개에게 말을 걸어가며 오르니 어느새 남걀 초르텐 입구에 다다랐다. 시야에 내 일행이 보이자 들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쿨하게 돌아 내려갔다. 자기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게 아니라 그냥 심심했거나 오지랖 넓은 개였을지 몰라도, 마음이 따땃해졌다. 들개가 따뜻한 밥 잘 얻어먹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길 잠시 빌었다.

 

캄슘 율리 남걀 초르텐

 

남걀 초르텐 역시 내부 촬영은 금지, 대신 내부 계단을 통해 3층 옥상에 오를 수 있었다. 남걀 초르텐 옥상에서 본 전경은 딱 부탄 같았다. 푸른 하늘 아래 더 푸른 산과 맑은 물. 영원히 파괴되지 않았으면 하고 절로 바라게 되는 맑고 고요한 모습이다.

 

아름답고 푸르디 푸른 부탄 풍경

 

부탄에서만 4일을 보내며 그동안은 푸르바가 안내하는 것들을 소화하기 바빴지만, 점차 사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게 됐다.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포함해서. 푸르바는 여자친구가 없고 26살로 내 동생과 동갑이다. 취미는 나와 동갑이고 세상에나.. 아들이 셋인데다 첫째 아들이 중학생이란다! 아니 나는 아직 세상탐험을 하고 있는데 와우 너무나 놀라웠다. 부탄인들은 결혼을 일찍 한단다. 그러니까 아직 결혼 안 한 푸르바가 오히려 느린 편인 셈이다.

 



 

내 생명줄을 쥐고 있던 터프한 내 친구, 취미

 

부탄인들의 생김새는 신기할 정도로 한국인과 닮아있다. 고도가 높고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부탄 사람들의 피부가 더 그을린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이목구비는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다. 푸르바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다. 내 눈에 푸르바는 배우 조승우를, 취미는 가수 화요비를 닮았다. 조승우와 화요비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자 푸르바는 조승우에게 미안하다고, 조승우가 너무 잘생겼다고 했고 취미는 내게 거의 뽀뽀할 기세였다. 물론 인터넷이 터진다고 할 수 없는 속도라 사진 찾는 데 한참 걸리긴 했지만. 어찌됐든 좋아하는 걸 보니 뿌듯했다. 

 

넘나 귀여운 우리의 가이드, 푸르바

 

부탄에는 '종카어'라 불리는 고유 언어가 있는데 이 종카어 외에도 영어, 일부 네팔어까지 배운다고 한다. 이야, 어려서부터 멀티링구얼이다. 부럽다. 그나저나 네팔어라구? 오, 드디어 써먹을 차례다. "푸르바, 나 네팔어 조금 배웠어. 잘 들어봐. 뫄 쌍카 뚜이 꾸꾸루 차, 에크 비랄로 차." "Oh..Sorry, 사랑. 난 네팔어 하는 친구 때문에 조금밖에 몰라,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응, 개 두 마리랑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고 했어." "아! 꾸꾸루 yes, 꾸꾸루 is dog, yeah I see. And 비랄로 is cat. 아하하. 네팔어 잘 하는데? 근데 사랑, 어디서 배운 거야?" "... 히말라야 갔다왔다니까!!" "Oh yes, yes.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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