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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네팔 트레킹 글에 네팔 여행비자, 트레킹 에이전시 예약, 트레킹 준비물들을 공유했는데요. 오늘은 히말라야 롯지와 음식 이야기를 드릴게요. 다음 글에는 히말라야 트레킹 시 유용한 몇 가지 팁과 히말라야 물가를 작성해 보겠습니다(이 글에 전부 담으려 했는데 너무 길어서 나눠 쓸게요).

 


히말라야의 호텔, 롯지 시설 상태

롯지부터 이야기 해볼게요. 저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 앞서 화장실을 가장 걱정했어요. 정말 화장실만 괜찮으면 다 좋다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처음엔 너무 두려워서 이어플러그를 끼우고 갔을 정도예요. 귀에 말고 코에다가요. 😂 정말 다행스럽게도 화장실 상태가 양호했습니다. 특히 웨스턴 스타일 양변기가 거의 다 있었어요. 화장실 확인하고 나니 나머지는 다 좋아보였어요.

 

네팔 트레킹, 히말라야 롯지 시설

여러분, 히말라야에서도 와이파이가 가능합니다. 😆다만 여기선 태양열로 전기를 모으기 때문에 날이 흐린 날엔 와이파이가 안 터져요. 점심 먹고 롯지에서 잠시 쉴 때, 잠자기 전에 틈틈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글을 써서 네이버 블로그에 업로드하곤 했어요. 물론 엄청 느려서 사진 한두 장 밖에 올리지 못했는데, 그렇게 하루 일정을 정리했었습니다. 전기가 약한 탓에 방마다 하나씩 있는 알전구는 켜기 무섭게 꺼지기 일쑤고, 밥 되는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주문하고 평균 30분은 걸려요. 방은 난방이 안 되고 히터도 없습니다. 딱 침대, 베개, 이불만 있어요.

 

롯지 외부시설 상태는 거의 이렇습니다. 방은.. 이게 기록할거리가 되나 싶어 사진도 안 찍어놨나봐요. 대신 짧은 영상을 찍어놓은 게 있으니 보여드릴게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숙소인 롯지, 내부 시설 모습

벽체 마감이 없는 이 방은 4인실 롯지입니다. 여기 3인이 들어가서 사용했어요. 침대 3개가 나란히 있고 창가에 하나 더 붙어 있는 구조인데요. 침대와 침대 사이는 딱 사람 몸 하나 폭이에요. 영상에서처럼 안 쓰는 침대에 짐을 모조리 올려놓고 각자 침대에 누워 덜덜덜 떨며 몸을 녹였습니다. 롯지 상태 굉장하죠? 😂 거의 이런 구조예요. 밤에 화장실 가시려면 헤드랜턴 필수입니다!

 

히말라야 MBC에서 머문 롯지

셋째 날 묵은 롯지는 MBC에 있었어요. 여기 가기 전에 안개가 잔뜩 껴서 이러다 앞도 안 보이겠다 싶더니,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며 맑아졌습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날씨 변화가 굉장히 빨랐습니다.

히말라야의 변화무쌍한 날씨

왼쪽과 오른쪽 사진을 찍은 게 한 시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요. 이 정도로 변화무쌍했습니다. MBC(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에서의 밤은 정말 추웠습니다. 이 추위를 이겨낼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밤사이 추위 극복 방법은 마지막 팁에 공개할게요!

 


롯지 음식, 먹을만 해요?

음식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저는 웬만큼 간이 맞으면 적당히 맛있게 먹어요. 제가 맛없다면 정말 맛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까다롭지 않은 막입입니다. 네팔 음식들, 네팔 도심보다 더 열악한 롯지 음식조차도 다 괜찮게 먹었어요. 롯지에서 '오 이거 맛있는 걸!' 놀란 음식까지 있었습니다. 😆 하지만 입맛이 까다로운 분이라면 히말라야에서 꽤 고생하실 거예요. 그러지 않아도 힘든 여정에 식사까지 힘든 분은 저처럼 잘 먹는 사람에 비해 훨씬 힘드실 거예요.

 

첫날 점심, 지나가는 롯지에서 처음으로 먹은 히말라야 롯지 음식입니다. 코리안 누들(신라면)과 달밧, 밥이 포함된 치킨커리를 시켰고 아주 달콤새콤한 레몬쥬스도 한 잔 마셨어요. 저 레몬쥬스 정말 맛있어서 앞으로 가는 롯지마다 먹어야겠다 해놓고 한번을 안 시켜 먹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어요. 저렇게 먹고 음료까지 전부 2500루피(한화 25,000원 정도) 준 거 같아요.

 

첫날 저녁, 촘롱 롯지에서 먹은 저녁 메뉴

저 레몬쥬스를 먹고 계단 2,300여 개를 올라 겨우 도착한 촘롱에서 먹은 저녁 식사입니다. 가자마자 뜨끈한 레몬진저티(400루피, 4000원)부터 나눠 마시고 치즈 토마토 스파게티(550루피), 오믈렛(230루피), 베지라면(320루피), 모모(550루피/네팔식 만두)를 시켜 먹었어요. 첫날이라 이 날 마지막으로 맥주 한 잔씩 마시고 이후로는 하산할 때까지 금지했습니다. 고산병 위험 때문에요.

 

이건 둘째날 먹은 음식 같군요. 아침으로 치즈 매쉬드 포테이토와 오믈렛을, 점심으로 프렌치 토스트와 라면을 먹었습니다. 잘 먹어야 힘이 나요. 다만 힘든 산행을 마치고 하산한 후에도 살 빠진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사실 네팔 트레킹으로 다이어트 효과도 좀 보려 했는데 대차게 실패했어요. 웃픕니다. 😂 

히말라야에서 먹는 음식. 네팔 과자와 감자튀김, 베지커리

셋째 날 MBC 도착해서 먹은 저녁메뉴입니다. 덜덜 떨며 롯지에 들어가 레몬티로 몸을 녹였고, 식사로 감자튀김을 먹었어요. 사진에 있는 베지커리와 밥을 시킨 일행과 골고루 나눠 먹었어요. 사진 왼편 '봉봉'은 네팔 과자입니다. 설탕이 씹히는 퍽퍽한 '크라운산도' 느낌이에요. 어찌나 맛있던지요.

하산을 시작한 날 오전 날씨는 제 맘처럼 아주 맑고 끝내줬어요. 보정 하나도 안 한 사진인데 정말 멋지지 않나요? 작렬하는 태양에 콧잔등이 익은 날이기도 합니다. 이전엔 타지 않았는데, 저날 타더라구요. 든든하게 계란 넣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을 먹고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히말라야 롯지에서 먹은 피자

하산에 신나서 날아다니다 보니 일행과 거리가 많이 벌어졌습니다. 가이드는 뒤쳐지는 일행을 챙겼고, 저와 일행 한 분 그리고 포터 닐 이렇게 셋이서 색다른 롯지에서 식사를 했어요. 가이드마다 선호하는 롯지가 있어서 웬만하면 지정된 롯지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든요. 예정에 없는 롯지에서 식사를 하게 되니 주변에 있는 타 등산객들 얼굴도 달라지더라구요. 무슨 말인고 하니, 그전까지 갔던 롯지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만 주로 봤었는데 여긴 전부 인도인들이었습니다. 아무튼, 저 피자는 진짜 천상의 맛이었어요. 샌드위치는 그저 그랬지만요. 😁 

 

네팔 아이스(네팔 맥주)

하산 첫날 저녁엔 드디어 맥주를 다시 영접했습니다. 꽤나 오래 금주한 줄 알았는데 겨우 이틀이더라구요. 아하하... 이날 묵은 숙소는 둘째 날 묵은 숙소와 같습니다. 내려가는 마음이 너무 가뿐해서 제가 그 롯지에 있는 분들 모두에게 맥주 한 캔씩을 쐈는데요. 계산서 보니까 저 포함 일행 셋과 가이드 보원, 포터 닐 이렇게 다섯 사람분 맥주만 계산이 됐더라구요. 그날 롯지 사장님, 직원들, 다른 등산객들과 모닥불 피워놓고 수다 많이 떨었는데, 분위기가 좋아 사장님이 쏘셨나봐요. 나중에 내려와서 영수증 정리하다가 알았습니다. 😂 

가이드가 히말라야에서 끓여준 김치찌개

드디어 히말라야에서의 마지막 날. 이 날은 파티파티의 연속이었어요. 점심에 제 가이드가 롯지 식당에서 직접 김치찌개를 끓어줬거든요? 와 진짜 엄청 놀랐는데 맛이 더 놀라웠습니다. 금방 끓였는데 고향의 맛이 나더라구요. 

저녁식사까지 하자 이쯤이면 히말라야는 한국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백숙을 먹었거든요! 그것도 냉동닭 말고 장닭을 직접 잡았습니다. 요청해서 그렇게 해주신 건데, 아 근데 날개가 없더라구요. 롯지 사장님께 날개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깔깔 웃으시면서 날아갔다고 농담을 하셨는데, 저기 죄송한데 우린 진지한데요...? 진지하게 이야기해도 껄껄 웃기만 하셔서 ㅋㅋ 그러려니 하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백숙을 먹을 수 있을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네팔에서, 비록 날개는 찾지 못했지만 백숙을 먹었습니다. 정말 꿀맛이었어요. 이 정도 호사면 며칠 개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할 정로도 말이죠. 겨우 이틀.. 먹지 못한 맥주도 마음껏 마셨습니다. 큰 걸로 한 네 캔은 먹었어요. 이래놓고 애초에 다이어트를 생각했으니 정신 나갔죠.

날개 없는 백숙을 먹은 롯지는 '히말라야 뷰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한글 간판 보이시나요? '어서오십시오. 여기에서 한국음식을 팝니다. 한국라면 김치찌개 백숙' 😁 아 진짜 다 추억이네요. ㅎㅎ


 

마지막 백숙 롯지에서 대만에서 온 용감한 20대 중반의 여학생을 만나 한참 이야기를 했었어요. 제가 마침 히말라야 트레킹 오기 몇 주 전 대만 타이중엘 갔었는데, 그 얘길 하니 굉장히 반가워하며 말을 쏟아냈습니다. 정말 놀라운 건, 이 친구가 히말라야를 별다른 준비없이 왔다는 거였어요. 가이드나 포터 없이, 배낭도 파카도 다 빌려서 왔다고 했고 침낭도 아직 안 빌렸다고 하더라구요. 이 날 저 위쪽에 눈발이 날려서 길도 미끄럽고 더 추워졌을텐데 어쩌려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 히말라야 코스도 그날 당일 정해서 바로 온 거랬는데 용기에 정말 입이 떡 벌어졌어요. 그 기개에 미루어보면 아마도 무사히 완주했을 것 같습니다. 전 히말라야에서 보낸 마지막 밤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제 올라가는 팀들이 하산하며 맥주 마시는 우리를 보며 부러워하던 모습도, 처음엔 등산 얘기로 시작했다가 나중엔 내 나라, 내 얘기를 하던 그 순간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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