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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나무 바닥 왁스칠을 해봤다면 친숙할

제주 명월국민학교

 

 

나는 국민학교 마지막 졸업 세대다. 1995년에 국민학교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95년에 6학년이었단 말이다. 그러니까 음. 국민학교 마지막 졸업 세대가 맞을 거다. 아니, 초등학교 졸업 첫 번째 세대였나? 어쨌든 확실한 건 나는 초등학생이 아니라 국민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는 거다. 

 

영국찻집

 

제주 명월국민학교에 간 건 작년 11월 여행에서다. 숙소 보아비양에서 나와 아침을 먹고 카페를 향했는데, 처음 향한 카페 <영국찻집>이 아직 오픈 전이었다. 우리만큼 일찍 와서 허탕 치고 사진만 찍고 가는 무리들이 꽤 많은 걸로 봐선 제주 핫스팟임이 분명했다. 외관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영국 할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할머니 그리워요.. 다음에 제주 가면 꼭 들러봐야지. 아무튼 넘 예쁜 곳이었다.

 

 

명월국민학교 운동장

<영국찻집>에서 허탕 치고 찾아간 곳이 <명월국민학교>다. 11시 오픈 이후로 들어가서 몰랐는데, 나중에 나올 때 보니, 한편에 강아지가 있었다. 아래 안내문으로 미루어보건데, 오픈시간 전후에는 강아지가 운동장을 맘껏 뛰노는 듯하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학교를 개조했다. 학교치곤 아담한 크기다.  아이들이 공부했을 교실들은 지금은 카페, 기념품샵, 작은 갤러리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학교 운동장이 넓어서 주차 자리도 넉넉하다(운동장에 주차하면 되니까). 날 좋을 때 반려견 데리고 와서 잔디밭에 실컷 뛰게 하면 좋을 곳이다.

 

사진 스팟

<명월국민학교> 명패가 달린 곳은 사진 스팟이다. 여기서 서로 사진을 찍고 찍어주느라 한참을 떠나지 않던 두 커플이 있었다. 어느 정도 찍다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눈치라도 볼 법한데 눈치도 보지 않았다. 어찌나 얄밉던지. 꽤 기다려주는데도 꼼짝을 않길래 "저기요, 저희도 좀 찍을게요."라고 한마디 했다. 

 

 

카페에선 1인 1메뉴(성인 기준)를 주문해야 한다. 디저트류 제외 그러니까, 성인이라면 마실 음료 하나씩은 무조건 주문하란 뜻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바로 옆 소품샵과 갤러리를 오가며 구경하는 값까지 포함되었다 생각하면, 게다가 제주라는 점을 생각하면 평범한 가격이다. 

 

 

크루아상을 비롯한 베이커리 종류가 꽤 된다. 사진 넣으면서 보니 푸딩도 네 종류나 된다. 

 

 

학교답게 불량식품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없었다. 꾀돌이(?), 아폴로, 밭두렁, 호박꿀쫀듸기(?) 이런 것들. 특히 호박꿀어쩌구는 가스불에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었는데. 저렇게 아예 고형으로 파는 달고나는 맛없다. 방금 나온 달고나를 설탕통에 담아 설탕을 겉면에 살살 묻힌 다음 뜨거운 김을 식혀가며 먹는 게 제맛이다. 우리 땐 뽑기라고 불렀는데, 요즘엔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어릴 적 나는 놀이터 옆 '파라솔 할머니'에게 사 먹었다. 나의 의지로 뚫은 생애 첫 단골집이 뽑기 집이었다. 50원짜리 뽑기가 100원이 될 때까지 먹었다. 주로 할머니가 해주시는 뽑기 대신 안 자리에 앉아 두 배는 비싼 셀프 달고나를 먹었다. 목욕탕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달고나 틀에 나무젓가락으로 설탕을 살살 녹이고 있으면 할머니가 베이킹소다를 조금씩 넣어주신다. 넣어주실 때마다 색상이 연해지면서 부풀어 오른다. 그 달고나를 해 먹고 마지막에 물을 부어주시는데, 그걸 끓여 먹는 맛이 달달하니 좋았다. 그렇게 하나 다 해 먹는 데 드는 시간은 15분 정도. 달고나 먹는 날엔 집에 가 숙제할 기운이 났다. 그때 그 할머니는 아직 살아계실까? 음식이 불러오는 추억은 이토록 엄청나다.

 

 

우리가 주문한 음료와 디저트다. 11시 방향부터 시계 방향으로 청귤에이드, 미숫가루 라떼, 티라미수 라떼, 명월커피다. 가장 실해 보이는 당근케익을 주문했는데, 제주의 당근케익은 모두 구좌 당근으로 만드는 듯하다. 

 

 

주문은 '커피반'에서 하고 구경은 그 옆 '소품반'에서 한다. 소품반도 한참이나 구경했는데 사진이 없다. 여기서 난 아주 작은 조약돌에 그린 동백꽃과 한라산을 각각 하나씩 샀다. 발에 차일 만큼 흔한 화강암으로 만든 천연 각질제거기도 샀다. 동백꽃 브로치도 샀다. 꽤 샀구나ㅋㅋ.

 

 

요즘 학교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이곳. 아이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엄마 학교 다닐 적엔 이랬어,라고 말해줄만한 곳이다. (사실 우리 세대보다 더 오래된 학교이긴 하지만, 어쨌든.) 날씨 좋은 날 비눗방울 놀이하면서 학교 운동장 한 바퀴 돌아보는 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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