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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무렵, 2주 간격으로 베트남과 괌에 다녀왔습니다. 그 후로 4월 초엔 제주, 5월 초엔 홍콩, 그리고 여름엔 코사무이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싶었는데... 제주행 취소를 시작으로 여행은 이제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사치스런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언젠가부터는 공항 가는 길이 그다지 설레지도 않고, 여행 중반을 넘어서면 집에 가서 강아지들 끼고 자고 싶다 생각했던 날도 여러 날이었어요. 내가 원하면 언제든 여행이 나의 '일상'이 된다는 생각에 간절함 비슷한 게 없어졌었는데, 이제 또 엄청 그리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전 맨날 가던 곳만 가고 다녀온 곳이 그렇게 많지도 않거든요. 그럼에도 여행 생각만 하면 마치 어젯밤 배부르게 먹고 버린 피자 꽁다리 떠올리듯 애틋한데, 여러 나라에 다양한 기억들을 갖고 있는 분들은 오죽할까 싶기도 해요. 

불과 몇 달 사이에 삶이 이렇게나 바뀔 줄 그 누가 알았겠어요. 이제 코로나 이전의 생활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 했던 누군가의 말이 실감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여행을 가는 날이 온다면 꽁다리 하나 남기지 않으리 벼르고 있어요.

 

지난 3월, 아마도 올 마지막 여행일 괌에서 찍은 사진.

 

여러분은 코로나로 인해 삶이 얼마나 많이 바뀌셨나 모르겠어요. 전 하는 일이 프리랜서로 대충 뭉뚱그릴 수 있는 일이에요. 해서 삶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면서 살았거든요. 그래서 여행이 제겐 일종의 스케줄이었어요. 시간을 딱 맞춰야 비행기도 타고 페리도 타고, 이왕이면 멀리까지 간 김에 기록을 위해서라도 하나라도 더 보게 되고 돌아다니게 되니까요. 여행을 가야 아 정말 알차게 보냈구만 했거든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제가 무슨 세상 방탕하게 사는 방랑자 같은데 뭐 정말 아니라고도 못하겠기에 또 환장하겠습니다. 여하튼, 이제 바꿔볼 생각이에요. 거창한 건 아니고 일상에 스케줄을 넣어볼 생각이에요. 초등학교 시절 생활계획표처럼 타이트하게는 못하구요. 그냥 적어도 인간답게 사는 시간표를 만들어보려고요. 6~9시엔 일어나고, 8~11시엔 자자 뭐 이런 식입니다. 낮에 깨어있는 시간에는 매일 프리랜서 일을 조금씩이라도 하려고요. 인간이 벼락치기를 하다 벼락을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는데, 어쨌든 마감은 끝내주게 맞추다보니까 일을 끝까지 미뤘다가 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거든요.

 

매일 책도 읽고 넷플릭스랑 왓챠로 문화생활도 하고요. 아마 책보다 넷플+왓챠에 쏟는 시간이 훨 많겠지만, 여튼요. 그렇게 시간표를 채울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다가 티스토리가 떠올랐습니다. 비록 얼마 쓰지 않고 방치해두긴 했지만 그래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려고 야심차게 시작했던 이 공간이요. 여행글을 쓴다는 자체가 이 다음의 여행을 계획하며 그 설렘을 간직하려고 하는 행동이라 생각하는데, 더 이상 새로운 여행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어떡할까 고민 좀 했어요. 그러다가 그냥 이것저것 잡다한 이야기들을 해보자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에 맞게 이름도 바꿨습니다.  

 

다만 이전처럼 야심차게 시작하진 않으려고요. 야심차게 시작했던 거 전부 망했어요. 야심은 없고 그냥 심드렁하게 조금만 열심을 쏟아보려합니다. 이 글을 누가 읽을까 싶지만 그래도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면 '처음에는 이랬구나 ㅎㅎ'하시라고 또 야심차게 글을 쓰네요. 이건 뭐 어찌 못하는 제 습성인가봐요. 암튼 주절주절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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